Monday, July 21, 2008

지금 당신은 어떤 영어말하기 시험에 대비하고 있습니까?

지금 당신은 어떤 영어말하기 시험에 대비하고 있습니까?

작성자 : 신동일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등록일 :2008.04.24


나는 영어말하기교육과 영어평가를 전공하는 대학원생, 현장전문가들과 매주 모임을 갖는다. 함께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그 중에서 스크랩 수집과 토론을 빠뜨리지 않는다. 신문이나 잡지기사 광고문 스크랩 뿐 아니라 일상에서 영어말하기와 영어시험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고 그곳에 등장하는 키워드를 탐색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영어말하기교육과 영어시험, 그리고 교육문화 수준을 가늠한다. 스크랩 미팅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영어말하기교육 키워드가 있다. 바로 ‘원어민’이다. 그리고 ‘회화수업’ ‘발음’ ‘어휘’ ‘문법’ ‘표현’ 등의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말하기능력이란 것이 판도라 박스 같은 것인데 어찌보면 영어말하기학습에 대한 접근이 참 단순하다. 원어민만 가르치는 학원, 원어민 회화수업, 원어민 수준의 발음, 원어민 수준의 표현...그런데 공부자료 뿐 아니다. 국내에서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 영어말하기시험도 등급기준표를 보면 영어말하기 잘한다는 기준이 실망스럽다. '교양있는 원어민에 버금가는 외국인으로서 최상급 수준의 유창성‘이 가장 영어 잘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발음, 문법, 억양, 어휘, 정확성 등 단어와 문장 단위 단위에서 말하기능력이 높고 낮음을 빈번하게 평가하고 있다. 물론 발음이나 문법, 원어민 기준도 유창성의 중요한 단면이다. 하지만 국내 영어말하기시험을 꼼꼼히 들여다 보라. 영어말하기 잘한다는 시험 등급표의 3-5가지 기준을 발음, 어휘, 문법, 정확성 등이 꽤차고 있다. 다음은 실제 말하기시험 등급표에서 그대로 가져온 몇몇 평가기준이다.

‘원어민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발화능력’
‘원어민도 일으킬 수 있는 어법 오류를 거의 보이지 않음’
‘무리없이 Native Speaker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기본문법은 잘 구사합니다’
‘Native Speaker와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영어를 말할 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능통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입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같은 발음 및 액센트를 갖춘 사람입니다’
‘복잡한 문법구조를 잘 사용하고 폭넓고 정확한 단어력을 갖추었고 어휘를 부적합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사람이나 때때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와 가끔씩 실수는 있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말하지 않는 사람의 억양과 발음에서 오는 가끔씩의 고질적인 실수가 나타납니다’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영어말하기 공부해보고 교실 밖에서 실제 말하기활동에 참여해본 사람은 안다. 발음, 문법, 원어민 기준이 자꾸 부과되면 기형적인 영어말하기 학습자가 만들어질 뿐이다. 게다가 성인학습자는 이미 비원어민의 액센트를 지우기 힘들고 습관적인 문법의 오류를 당장에 수정하기는 쉽지 않다. 원어민과 정확성을 강조하는 영어말하기시험에서 성적 올리기는 참 힘들다. 잡을 듯, 잡힐 듯해도 원어민의 말하기능력, 정확한 발음과 액센트는 항상 거리감이 느껴진다.

# 발음이 아무리 좋아진 것 같아도 원어민 채점자가 듣기엔 비원어민의 발음과 액센트가 남아 있다.

# 문장을 나열하고 이야기를 서술할 수 있어도 문법적인 오류, 부적절한 어휘 사용을 피할 수 없다.

# 학습이 분명 진행되고 있는데 자꾸 원어민, 발음, 문법, 정확성 기준으로만 보면 한국인의 영어말하기 등급은 평생 중급이다.

# 원어민 무지개를 좇는 비원어민이다.

성적표에 문법, 어휘, 발음, 액센트 등 단어와 문장 단위에서의 정확성을 자꾸 실으면 아무래도 학습자들이 공부를 할 때도 신경을 그곳에 쓸 수 밖에 없다. 거짓영어유창성을 조장하는 시험은 거짓영어를 학습하는 교재로 연결되고 그저 그렇게 또 원어민이 가르치는 회화, 구문과 어휘 중심의 말하기 학습, 발음에 연연하는 만년 중급 말하기공부의 사슬은 끊어지지 않는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그런데 교수님, 원어민, 발음, 문법, 뭐 이런 것 다 빼면 다른 기준이 있나요?’ 우선 다 빼자는 건 아니다. 발음과 문법, 어휘와 표현, 정확성과 원어민 기준도 말하기교육과 시험에서 의미가 있다. 다 빼지는 않는다. 하지만 확 줄여야 한다.

말하기능력은 크게 네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초급-중급-상급-최상급으로 나누고 각 등급은 구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초급은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 중급은 문장을 만들고 의미를 연결하는 수준, 상급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서술할 수 있는 수준, 최상급은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등급 특성으로 말하기시험과 교육의 등급정보를 채워야 한다.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을 보라. 여전히 발음과 액센트가 어눌해도, 문법이 틀려도, 어휘사용에서 부적절함이 있어도 그들은 문장을 만들고 이야기를 서술한다. 심지어 토론과 협상도 감당할 수 있다. 영어말하기시험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원어민이나 발음, 문법 얘기만 잔뜩 적어놓은 시험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그런 시험들은 다 속성으로 급히 만든 거짓영어 시험들이다. 원어민을 맨 위의 기준에 적어두고, ‘가끔은’ ‘자주’ ‘빈번하게’ ‘간단한’ ‘복잡한’ ‘더 복잡한’ ‘모국어 화자에 근접할 정도의’ 등의 애매한 상대비교 문구로 등급기준표가 구성되면 진짜영어에 대한 고민이 없는 시험이다.

영어말하기에서는 우선 자기주도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일상적인 소재부터 문제해결이 필요한 상황에서까지 논리적인 구성력을 갖추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말해야 할 내용을 적절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텍스트 유형을 말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자신의 영어말하기학습에 도움이 되는 시험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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