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21, 2008

영어 말하기 능력의 중요성

영어 말하기 능력의 중요성

작성자 : 김지영 (중앙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등록일 :2008.02.21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얼마나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는가는 그 사람의 영어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곤 한다. 말하기 능력은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지만, 어휘, 문법, 듣기능력 등 언어 전반에 걸친 다양한 능력과 언어 외적인 의사소통 전략에 관한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습자의 영어 말하기의 유창성 정도는 현재 학습자가 어떤 단계의 숙련도에 다다랐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영어 말하기 능력의 향상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많은 영어 학습자들은 장기간의 영어 학습 이후에도 실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영어로 말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우선 말하기는 언어에 관한 많은 지식들이 필요하며, 회화의 경우 청자가 말한 것을 이해하고 자신이 발화를 하는 등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되어 인지적 부담이 크다. 또한, 유창한 말이라는 것이 발음의 유창성, 특히 축약형의 사용과 억양, 생략 등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발음상의 이유를 드는 경우가 있다. 어떤 학자들은 은어나 숙어의 표현을 익히지 못하고 말을 하게 되면 어색한 표현들이 생기므로 영어로 말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출력 가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학습자들이 말 할 기회가 적은 경우 충분한 입력에 노출되어 있을지라도 영어에 능통할 수 없음을 설명하였다. 이외에도 의사소통 중심 영어 교수법에서는 구어적 의사소통 기능을 사회 문화적 활동의 일부분으로 보고 있으며 많은 언어 학급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는 교실 밖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일이 적으며 이는 학습자가 영어를 사용하고자 하는 동기를 저하 시키는 요인이 된다. 교실 안에서는 학습자들이 모두 한국어라는 공통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영어수업을 할 때 수업활동 중 학습자들이 영어만을 사용하여 의사소통 하게 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또한 학급 당 학생 수가 많은 경우 교사는 학습자에게 일 대 일로 피드백을 제공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하여 초•중고 영어 학습을 마친 학습자들의 영어 말하기 능력은 다른 영어 학습 능력들에 비하여 저하되어 있다.

우리나라 제 7차 영어 교육과정은 세계화 시대에 대비하여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최우선 순위로 개발 되었다. 생활영어와 실용영어를 중시하고 교수•학습 활동에서도 교사나 학생이 영어를 가급적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놀이와 활동을 통한 음성언어교육중심으로 하여 영어사용 능력을 길러주고 점차적으로 문자 언어의 비중을 늘려나가도록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는 다양한 의사소통 활동과 문제 해결 학습 등을 통하여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고 언어규칙과 구문을 터득하도록 하고 있다. 제 7차 교육과정이 실시된 이후 현재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교과과정의 일부로 배운 세대들이다.

그러나 10년 넘게 영어를 배운 세대들에게도 유창한 영어 회화는 어렵다고 한다. 이는 말하기 활동이 초등학교를 제외하고 중•고등에서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적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초등영어교육의 경우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언어 4기능을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함양시키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 고등학교 영어 교육의 경우는 수행 평가를 통하여 음성언어활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며 내신에 반영되기는 하지만, 대입 수학능력 평가에서 말하기 영역이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등한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특수 목적 고등학교의 입학 전형 역시 말하기 영역에 대한 평가를 등한시함에 따라 전반적인 말하기 능력에 대한 강조가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있다.

교과과정에서 명시된 교육목표가 평가에서 반영되지 않으면 실제 영어교실에서 그 항목이 강조되기는 어렵다. 시험에 출제 되지 않는 말하기 영역을 교사나 학습자가 굳이 많은 수업시간을 할애하여 교수•학습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기는 평가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컴퓨터가 대규모의 데이터를 단시간에 처리함으로써 평가할 수 있는 객관식 문항으로의 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채점자가 필요하며, 수학능력시험과 같은 대규모 시험에서 시행되기에 어려움이 많이 있다. 그러나, OPIc 영어 말하기 평가시험이나 TOEIC, TOEFL에서 말하기 평가 영역이 추가된 것처럼 말하기 평가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말하기 평가 결과가 신뢰성을 갖추려면 우선 평가항목이 구체적인 사실을 기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됨" 이라고 표현된 평가 항목이 실제적으로 어떤 단어와 구문을 사용했는지, 자신감은 어느 정도 인지 등을 자세하게 기술해 놓아야 채점자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채점할 수 있다. 또한 채점자 간의 신뢰도 확보를 위하여 채점자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사항들이 선행된다면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에서도 말하기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며,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간단한 회화를 할 수 없었다는 푸념은 아마도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