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만나는 에피소드 2
작성자 : 김재민
등록일 :2008.04.04
이제는 한국학생들도 서양의 문화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학교생활 자체에서는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에서 자란 사람과 미국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문화에 대한 이질감을 당연히 느끼기 마련이고 때로는 그것이 무척 어색하기만 할 때가 있다. 더구나 학생이라고 해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소개하는 에피소드는 열심히 영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도 부딪칠 수 있는 황당한 경우이다. 즉 어떤 단어나 표현을 몰라서 실수하기보다는 오히려 알기 때문에 실수할 수도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수업만 따라가야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게 되는 것이 학교생활이다. 특히 이성친구와 이야기할 때는 가슴이 두근거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다 보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거나 아니면 너무 조심해서 거꾸로 말실수를 하는 일도 있다.
그렇지만 특히 두 단어를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자라면 남자에게 play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말고, 남자라면 여자에게 naïve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두 단어 모두 이성이 사용하게 되면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play는 흔히 "놀다"라는 뜻이니까 남자친구에게 방과 후에 "우리 집에서 놀다 가지 않을래?"하는 식으로 마음 편히 말할 때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단어의 속뜻에서는 성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감에 따라서는 침실로 유인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play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보다는 보통 숙제를 같이 하자던가 아니면 직접적인 이유를 말하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naive라는 단어는 "순진한"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의미로 사용된다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이 단어의 뜻에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고등학생이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하면 바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말은 심한 모욕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이 단어를 사용하게 되면, 남자는 좋은 의미에서 사용했을지라도 여자 입장에서는 무척 기분이 상한다. 심지어는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말이다.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것에서 일은 터진다. 그렇지만 영어권 친구들은 많이 이해해준다. 아직 영어가 서툴러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좋은 친구를 두게 되면 이런 실수를 지적해주고 다음에는 실수가 없도록 도움도 많이 주기도 한다.
그런데 몇 년 지나기 시작하면 올챙잇적 시절을 잊어버리고 또 실수를 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단순히 단어로 인한 실수가 아니라 관용표현이 불러일으키는 실수를 하게 된다. 사실 관용표현에 의한 실수는 굉장히 많다. 특히 영어권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관용표현을 많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에서부터 다양한 관용표현 서적을 열심히 탐독한 사람들이 더욱 심하다. 하지만 평소에 사용하는 기본적인 표현들을 소홀히 하고서 관용표현만을 가지고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관용표현은 그 표현을 사용하기에 좋은 분위기나 타이밍을 필요로 할 때도 많기 때문에, 표현 자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 해도 모든 표현을 아무 때나 척척 끄집어낼 수 없는 상황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서, 어떤 관용표현 책에서는 I have my hands full. 과 My hands are tied. 라는 표현을 모두 "바쁘다"는 뜻으로 풀이를 한 경우가 있는데, full이 들어가면 "바쁘다"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tied는 그렇지 않다. 만약 I’m afraid my hands are tied. 라고 하면 "바빠서 못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부탁한 일은 규정상 도와줄 수 없는 일이다"는 의미로 사용해야 한다. 즉 두 표현이 주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바빠서 못 도와주는 것인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못 도와주는 것인지 의미전달을 정확하게 해야 할 경우도 있는 것이다.
사용하고자 하는 표현을 잘 알고 있는가, 상황에 맞는 의미인가,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말은 아닌가 등을 고려하면서 말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분명 많은 책을 통해 많은 좋은 표현들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상대의 말을 많이 듣다 보면 어떤 상황에 어떤 표현이 어울릴 수 있는지 공부가 많이 된다. 여전히 필자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여러분도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를 알 수 있는 순간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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