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21, 2008

영어와 만나는 에피소드 1

영어와 만나는 에피소드 1

작성자 : 김재민
등록일 :2008.03.28


<돈 이야기>

집을 떠나 이역만리 해외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집에서 돈 보내주길 기다리며 지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분명 날짜는 지났는데 부모님이 잊으셨는지 도통 소식은 없고, 돈 얘기 하기는 미안하니 좀 더 기다려보자고 스스로 초조함을 애써 감추어본다. 나가서 돈을 벌고 싶은데 유학생은 돈을 맘대로 벌수도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다 결국 룸메이트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정말 우습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시험에 나올 문제랍시고 열심히 익혀두었던 lend와 borrow가 하필이면 그럴 때 헷갈리다니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바보 같지만 당황하게 되면 알면서도 틀리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다음 문장 모양을 잘 보면 lend 다음에 목적어가 따라가는 것이 보인다. Borrow 다음에는 돈 얘기 바로 따라온다. 여러 번 읽어보면서 의미차이를 잘 파악해보자.

Would you lend me $100? 100달러(나에게) 빌려줄 수 있니?
Can I borrow $100? 100달러만(내가) 빌릴 수 있을까?


<학교생활1>

돈 얘기 하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와는 사뭇 다른 미국인들의 돈 세는 방식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슈퍼마켓이나 은행 등에서 돈을 세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 많을 테니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잘 감이 오지 않는다면 대표적인 케이스를 간단하게 예를 들어 보자. 한 손에 돈뭉치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돈을 바닥에 한 장씩 내려놓으며 돈을 센다. 마치 카드 놀이할 때 카드를 한 장씩 나눠주는 것처럼 말이다. 카드 나눠주는 것과 돈 세는 것이 비슷하게 보인다. 그런데 그게 문제는 아니다. 우리처럼 암산을 하지 않고 계산기를 두드려서 숫자를 확인한 다음에 정확하게 그 액수만큼 셈을 치르려고 하는 그들의 습성이니까 뭐라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 돈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가 되면 좀 얘기가 달라진다.

한번은 급하게 살 물건이 있어서 슈퍼마켓에 갔는데, 살 물건은 두어 가지밖에 안되고 가진 돈은 100달러짜리였던 적이 있다. 하도 위조지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서 내가 낸 100달러짜리 지폐를 한참 검사한 후에 거스름돈을 주려고 금전등록기를 드디어 열었는데, 점원이 한 뭉치 꺼내든 지폐는 1달러짜리와 5달러짜리였다. 하필이면 그때 10달러짜리와 20달러짜리가 공교롭게 하나도 없다는 것 이었다. 할 수없이 거스름돈은 받아야 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또 급한 성격에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한 장씩 한 장씩 꼼꼼하게 세고 난 다음 다시 한 번 더 확인까지 해서 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잔돈까지 다시 세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외국에서는 전체적으로 여전히 동전을 많이 사용한다. 미국의 경우는 1, 5, 10, 25센트짜리 동전들이 모두 통용되기 때문에 성격 급한 사람들은 좀 익숙해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럼 끝으로 돈을 세는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도 알아두면 좋겠다. 미국에서 처음 겪었던 일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 했던 발견이었다. 미국에서는 돈을 내주는 방법도 우리와는 반대라고 할 정도로 다르다. 만약 1달러 25센트짜리 물건을 사고 10달러를 냈다면 점원은 여러분에게 물건 값을 먼저 읊어주고, 그 다음에 잔돈 75센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폐를 한 장씩 더하면서 손님이 낸 10달러가 채워졌음을 알려준다.

1. 물건값=1달러 25센트 2. 잔돈=75센트 3. 지폐=8달러 4. 합=10달러

우리와는 계산법이 좀 다르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놀라움이기도 하지만 즐거움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안에서 배울 것이 있고 참을성도 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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