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21, 2008

왜 영어말하기인가?

왜 영어말하기인가?

작성자 : 신동일(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등록일 :2008.05.16


캠퍼스 이곳저곳에 학생들이 모여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어디 모여 있던 영어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토익, 어학연수, 취업 인터뷰... 어디 대학 뿐인가? 가정에서든, 이웃과 얘기할 때든, 지역단체에서 봉사를 할 때도 난 늘 영어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요즘은 대학생, 직장인 뿐 아니라 자녀들의 영어공부를 코칭하는 30-40대 어머니들도 영어에 관한 지식이 보통이 아니다. 영어선생님, 실제 컨텐츠개발자 못지 않은 준-전문가 수준의 경험과 소견을 갖고 계신다. 그분들 대부분이 영어말하기 교재나 학원이 마땅치 않다고 말한다. 다른건 몰라도 영어말하기가 걱정이라고 한다. 영어말하기시험에 대해서 의심이 많다.

이래저래 영어말하기는 참 잘하고 싶어 한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면서 말하고 싶다는 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말 잘하고 싶다는 건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욕심을 내야 하는 언어활동의 기본이다. 그런데 가끔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온 국민이 영어말하기를 배워야 하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10년을 넘게 영어를 배울 때 당연히 영어말하기를 우선적으로 배워야 한다. 언어란 것이 그렇다. 아무리 잘 읽고 잘 써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느 위치에 있던, 어느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던, 해당 언어와 문화에 공격적이거나 열등한 마음을 갖기 쉽다. 그 말을 쓰는 사람들로부터 자꾸 숨고 싶다.

대학과 기업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면서 난 사람들의 입술이 아니라 마음을 읽는다. 놀라울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 학습자들은 영어말하기에 관해 대단한 부담감, 동료나 선생님으로부터의 압박감, 시기심이나 우월감, 비교심리, 보상심리를 갖고 있다. 그 지옥같은 마음의 시작이 말부터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방법이든 찾아서 말하기는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자신이 잘하는 것만 가르치자고 하는것, 가르치기 편한 것을 가르치자고 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의 입을 막고 텍스트를 주입시키는 끔찍한 횡포이다. 글부터 연습하고 문법과 비문법을 확인하는 일과 별개로 말은 필요와 목적을 만들어 누구에게나 학습이 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해 영어말하기가 적절하게 학습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난 동의하지 않는다. 비원어민-원어민, 모국어-외국어와 같은 대립적 구도에서는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한 영어말하기교육은 열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말을 배울 수 있다. 말을 자꾸 해보면 일상에서 누구나 말을 배운다. 경험한 것을 영어로 말해보고, 하고 싶은 것을 영어로 말해보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해서 마칠 수 있도록 관대한 마음이 있는 곳에선 영어말하기 학습이 언제나 가능했었다.

한국에서 영어말하기 공부해도 해외여행이나 할 때 써먹지 영어로 말할 일이 없다고 빈정대는 사람들도 있다. 그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우리 주변엔 영어로 소통해야 할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리고 점점 많아지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 하지만 원어민을 포함한 그들은, 내가 관찰하기에, 이야기 상대가 의외로 없다. 혼자이거나 그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필요 이상으로 불필요한 학습이 집중되어 있는 객관식 필기시험이야 말로 써 먹을 곳이 없다. 우리 주변에 영어로 말할 곳은 정말 많다. 영어로 소통해야 할 외국인도 많다. 다만 우리가 영어로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니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우린 우리들 앞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직도 불편하다. 함께 영어는 하지 말자는 공범의식이 있다. 글은 익숙하니 자꾸 글로 처리하려 한다.

다시 말하지만 입을 닫고 글로 소통하는 사람들 중 영어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삐딱한 사람들 참 많다. 영어학습, 영어사용, 문화간의사소통, 세계시민에 대해 빈정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대부분이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최소한 스토리를 나누지 않거나,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글만 잘 아는 사람들이다.

말하기는 우리의 일상이다. 일상성이 없는 언어교육은 건강할 수가 없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영어학습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영어공부 잘하면 내가 변하고 세상이 변할 수 있다. 예전에 어떤 대학에서 원어민 선생님이 문제를 일으켰나 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냐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했다. 내가 보기엔 큰 문제도 아닐 수 있는데 어째거나 사건은 과장도 보태지면서 눈덩이처럼 부풀려지더니 그 선생님은 결국 해고 되었다.

그런데 그 원어민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거의 아무도 없었다.

이야기는 커녕 질의응답과 공지만 사무적으로 주고 받았다고 한다. 영어든 말을 주고 받지 않고서는 조직과 사회는 국제성을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무섭고 살벌한 조직이 된다. 세계가 우릴 부른다. 다른 문화와 우린 접속하고 싶다. 세상과 소통하는 순발력을 당장 갖진 못하지만 우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의 지구력이다. 순발력은 타고 나야 한다고 하지만 지구력은 연습만 하면 갖출 수 있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도 영어말하기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잘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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